-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2025년 01월 10일
- 밀밀 킴
- 작성자
- 2025.0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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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알고리즘에 뜬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보다 중안부 축소, 꼬막눈 같은 용어들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이제 중안부라는 개념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가 없다. 어느날 렌즈를 끼기 위해 거울을 본다. 평소 안경을 꼈을 땐 잘 보이지 않던 피부의 디테일함이 보인다. 그래서 쿠션을 찍어 바른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크든 작든 외모 정병을 다 갖고 있었다. 그럼 나는 외모 정병에서 자유로운가? 그렇지는 않다. 그냥 생각을 깊게 하지 않을 뿐이다. (30대가 되면 정병이 도질지도...)
극중 엘리자베스가 나갈 준비를 하며 화장을 고치다 절망하고 얼굴을 박박 문지르는 장면은 현실적 고통과 맞닿아있다. 수가 자신의 치아를 스스로 뽑는 장면의 자기 파괴적인 욕구도 어떻게 보면 연결되어있는 것 같다.2.
1은 영화 2/3 정도를 보면서 생각했던 거고 이제 나머지 1/3은 내가 뭘 본지 잘 모르겠다. 난 이미 영화 시작 전에도 그냥 생긴 대로 살기로 한 사람인데, 난 아니라고 해도 영화가 나머지 런닝타임 동안 내 척추에 서브스턴스를 계속 꽂는 듯한 고통을 나에게 주었다. 감독은 이래도? 이래도 외모 정병 안 고칠 거야? 라고 물으며 끊임없이 나에게 온갖 그로테스크한 장면과 시뻘건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엘리자베스가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극중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고, ..... 그 이후로는 영화가 영원히 안 끝나는 것 같았다.
배고플까 싶어서 영화관 맛없는 핫도그(생존용)을 초반에 먹으면서 봤는데 먹지 말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관이 아니라 집에서 ott로 봤으면 오 신기하다...하면서 어쩌면 통쾌하게 봤을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영화관이나 극장에 갇혀서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걸 보면 불안감이 심해져서 여기서부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나는 그냥 눈을 감거나 적당히 밑을 봤다. 정말 끝없이 빨간 화면이 이어졌다. 안 봐서 뭐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청을 포기하는 게 토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대체 어디까지 보여주는 걸까? 이젠 끝나겠지? 하면 이거보다 더한 거 나오고 그다음엔 더 심한 거 나오고 그 다음엔 또 다른 거 보여주고 이제 끝났나 했더니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 앵콜까지 있었다.
그래도 결말은 봤다.
엔딩 크레딧의 시작을 알리는 서브스턴스 텍스트가 화면에 크게 나온 순간 진심으로 영화관을 나갈 수 있어서 기뻤다.3.
아무도 나한테 이 영화 보라고 안 했고 스스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봤기 때문에 아무도 원망할 수 없었다. 왜 금요일 저녁에 이런 걸 봤을까? 대학로와 영화중에 고민하다가 내려가기 전에 얼른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이걸 봤는데 나는 왜 이런 선택을?
많은 생각을 하며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래도 이 영화를 어떻게든 보길 잘 한 것 같다. 친구랑 같이 보자고 했다가는 친구를 잃었을 수도 있을 거 같긴 한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충격 요법으로 외모 정병을 치료하는 그런 영화인 것 같았다.
그래도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안 보고 ott로 보겠다.4.
데미 무어에게 상을 안 준다면 이 세상 시상식은 모두 거짓말...
영화계의 빛과 소금 소지섭과 찬란...유익한 정보
점프스케어: 아주약간 비슷한 게 있음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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